결정문 발송 후 확정증명원·인지대 안내 누락… 피해자에게만 전가된 번거로움

피해보상 제도는 억울하게 형사 절차에 휘말린 시민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그러나 실제 절차를 밟아본 피해자의 경험은 제도의 취지와는 정반대다. 약식기소 후 정식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한 시민은 법원에서 결정문을 받아 검찰에 등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곧바로 “확정증명원이 빠져 있다”는 연락을 했다. 피해자는 다시 법원으로 달려가 서류를 신청했지만, 확정증명원은 일주일 후에야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수입인지를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법원은 필요 서류를 서면으로 알려주었지만, 정작 발급 소요 기간과 인지대 납부 의무라는 핵심 정보는 빠져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왕복과 시간 낭비를 강요한다. 이미 사건으로 지친 시민이 행정의 불친절과 비효율 때문에 또다시 고통을 겪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관 간 연계 부재와 안내 부족이다. 법원과 검찰은 서로 다른 기관이라는 이유로 서류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 피해자가 모든 절차를 직접 감당하도록 만든다. 검찰은 처음부터 확정증명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고, 법원은 발급 소요 기간과 인지대 납부 의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 피해자는 행정의 벽에 가로막혀 권리 보장을 위한 길에서 또다시 좌절을 경험한다.
확정증명원 발급이 일주일이나 걸리는 것도 문제다. 사건 기록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행정 편의보다 신속한 권리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정문을 발송할 때부터 확정증명원 발급 시기와 비용을 함께 안내했다면 피해자는 불필요한 왕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피해보상 제도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처럼 번거롭고 지연된 구조는 제도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다.
행정은 책임 분리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법원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피해자는 불필요한 절차와 지연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제도의 본질을 망각한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 피해보상 제도가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의 번거롭고 지연된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법원과 검찰 간 서류 자동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서류·발급 소요 기간·인지대 납부 여부를 사전에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확정증명원 발급 절차 역시 간소화하고 신속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불합리한 절차와 싸워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제도로 전락한 지금, 우리는 이 불합리한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피해보상 절차는 피해자를 위한 제도라는 본래의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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